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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준혁

입력: 2022.10.02 09:00

출처=Rob Curran/Unsplash

출처=Rob Curran/Unsplash

블록체인 산업의 종사자들을 만나다 보면 '탈중앙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탈중앙화에 대한 자세한 정의를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기업이나 플랫폼 혹은 자산에 대한 결정 권한을 분산시키는 현상"이라고만 알아두면 이해하는 데 문제없을 것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창립자나 개발자들 중 탈중앙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들이 보기에 현재 인터넷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중앙화 현상이다.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같은 소수의 기업들이 대부분의 콘텐츠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화가 왜 문제냐고 묻는다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한 유튜브의 크리에이터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아주 잘나가는 인플루언서다. 하지만 어느 날 이 크리에이터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콘텐츠를 포기해야 한다. 그가 만든 콘텐츠지만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은 그가 아니라 유튜브에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가 책을 쓰더라도 책에 대한 판권은 소설가 본인이 아니라 출판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만들었지만 자기 게 아니다.

금융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금융 시스템은 소수의 은행과 증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내 개인 재산을 그들에게 맡겼다고 치자. 하지만 어느 날 그들이 어떤 사유를 제시하면서 출금을 거부한다면 나는 재산을 못 받는다. 권력은 개인이 아니라 그들에게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아주 드물지만 가끔 일어난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케이스는 반정부 시위나 활동을 하다 금융권으로부터 개인 재산을 압수당하는 사회운동가다. 이런 현상은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후진국'에서 자주 일어나지만 종종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서도 일어난다.

지나친 중앙화 현상이 문제라는 걸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프로젝트 창립자나 개발자들의 말을 듣다 보면 이런 현상이 오직 기업이나 권력자들의 잘못이라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개인 이용자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구글이 그동안 어마어마한 권력과 영향력을 얻게 된 이유는 오직 그들의 탐욕이라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개인 이용자는 아무런 죄가 없고 구글이나 메타는 그들의 소중한 뭔가를 무자비하게 뺏어간다는 이야기를 엮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SNS 플랫폼들이 정신건강에 안 좋다는 내용을 담은 다큐를 봤는데 이 다큐 역시 모든 책임을 SNS 플랫폼 운영자들에게 묻고 있었다.

분명 이런 플랫폼들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우리의 방심과 약점을 끊임없이 노리면서 어떻게든 우리의 시간과 돈, 데이터를 뺏으려고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플랫폼에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고 거기에다 자신의 돈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개인이다. 지하철을 탄 채 출근하면서 책을 볼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멍을 때릴 수도 있는데 한 직장인은 인스타에 몰두하기로 한다. 보통 그렇게 하기로 한다기보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겠지. 하지만 그건 인스타가 아니라 그 직장인의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금융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더 복잡하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아니면 개인 재산을 맡길 데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이 그의 개인적인 결정이긴 하나 그렇게 하지 않고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직 개인의 책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인스타 없인 살 수 있되 돈 없인 못 산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의 목표는 개인이 자신의 자산을 온전히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만 봤을 때는 훌륭한 목적이다.

하지만 나는 진지하게 묻고 싶다. 일반인 이용자 대다수가 진정 자산을 온전히 소유하고 직접 관리하고 싶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