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인터넷 프라이버시를 신경쓰지 않는 진짜 이유
"정부가 당신이 연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엿보기를 원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출처 : 코인데스크 코리아 (http://www.coindesk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77398)
Dan Jeffries
2022년 2월 1일 09:00
출처=Lianhao Qu/Unsplash
댄 제프리는 작가, 미래학자, 시스템 건축가 및 사상가이다.
1990년대 초 전설적인 암호학자 군단은 키 위탁(key escrow)부터 악명 높은 클리퍼 칩(clipper chip)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암호학 세력을 방해하려 했던 '큰 정부(Big Government)'의 시도에 맞섰다. 클리퍼 칩은 정부가 사람들의 음성 및 문자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도구였다.
그러자 사이퍼펑크들은 취약한 암호와 공개키를 장악함으로써 사람들을 더욱 손쉽게 감시하려는 미국 정부에 맞서 싸웠다. 반군은 클리퍼 칩을 물리치고 주요 암호화 기준을 뒤엎으려는 시도를 무력화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비록 그들은 전투에 승리했지만, 전쟁에는 패배했다.
암호학자 군단은 큰 목표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그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그들은 인터넷 전체를 민영화하여 정부와 감시기관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원했다.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자신이 원할 때에만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다.
1993년 유명 잡지 와이어드(Wired)에 글을 기고한 스티븐 레비에 따르면, 사이퍼펑크들이 꿈꾸는 세상은 다음과 같다:
“낙태에 대한 견해부터 실제 낙태 시술 기록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정보 발자국이 개인이 공개하기로 선택한 경우에만 추적 가능하고, 네트워크와 전자파를 통해 일관적인 메시지가 전 세계로 전달되고 침입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이를 잡아내려 하지만 결국 횡설수설한 암호만 발견하게 되며, 감시 도구가 프라이버시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세상.”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와 정확히 반대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현재 감시 경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기업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우리의 모든 발자국을 추적하여 우리가 갖지도 못한 돈으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더 많이 사도록 만드는 광고 습격을 감행하고 있다. 우리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누구와 친하며, 심지어 누구와 함께 자는지도 전부 추적되고 있다.
미 의회는 전 세계의 정보를 거대한 전체주의적 수사망에 집어넣고자 했던 국방부의 종합정보인식(Total Information Awareness) 프로그램을 종료했지만, 10여년 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 감시기관들은 '비밀 예산'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유지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프로그램들은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기존에 가졌던 프로그램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물론 미국만 자국민과 전 세계를 감시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모든 주요 감시기관은 개인 정보를 얼마든지 수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이러한 역량은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며, 정부가 자국민의 모든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파놉티콘을 만든다. 중국의 예술가이자 휴머니스트로 활동하는 아이웨이웨이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자유롭게 블로그 글을 게재할 수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내 인터넷의 목줄을 죄었다.